바나나의 특징과 역사


바나나의 특징

열매로서의 바나나는 일반적으로 과일로 분류된다. 바나나가 초본, 즉 나무가 아니라 풀인 점을 들어 채소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국어에서 '과일'이라 함은 ‘나무나 초본에 열리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를 가리키므로 과일이라 칭해도 무방하다. 식물학적으로는 씨방 혹은 연관된 기관이 발달한 열매를 가리키며 식용 불가능한 것도 포함되므로 범위가 더 넓다. 고추도 과일이자 채소 식물학적으로도 바나나는 과일이며, 과일의 분류 중에서는 장과에 속한다. 농업용어사전에서도 과일은 ‘종자식물의 꽃이 정받이를 한 후, 자방이 자라서 익은 것. 과일이라 함은 과실 중에서 식용할 수 있는 것’이라 하여 초본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과일인지 채소인지의 여부는 사회·문화·관습적 구분이며, 대한민국의 경우 관세법, 부가가치세법시행규칙, 국어사전에서 바나나를 과일로 분류하였다. 미국 농무부에서는 바나나를 식용 과일(edible fruit)로 분류하였으며, 유엔 식량 농업 기구(FAO)에서도 과일로 분류하였다.

한편, 플랜틴이라고 하는 큰 바나나 종류는 단맛이 적고 단단하며 녹말 성분이 많아, 서아프리카 및 중앙아프리카, 중앙 아메리카 등지에서 주식으로 자리잡혀 있다. 플랜틴을 주식으로 삼는 문화에서는 채소로 인식하기도 하나,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식용되지 않으며 법률에서는 플랜틴도 바나나와 같이 과일로 취급하고 있다.

아마 열대지방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바나나는 그들이 알고 있는 열대과일 중에서도 제일 익숙한 과일일 것이다. 우리가 쉬이 연상하는 바나나는 노란색 바나나이지만, 바나나도 그 종류가 다양해서 구우면 감자와 비슷한 맛이 나는 플랜틴 바나나를 비롯하여 맛있기로 유명한 빨간색을 가진 레드 바나나와 독을 품고 있는 바나나도 존재한다.흔히 전염병으로 멸종됐다고 알려진 그로 미셸 바나나는 완전히 멸종된 것은 아니다. 일부 극소수 농장에서 소규모 생산 및 수출을 하고는 있다. 국내에서는 당연히 찾을 수 없고 거의 대부분 남미지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것도 그리 쉬운 발견은 아니라하고 일반적인 다른 품종의 바나나보다 가격도 두세배이상이라 한다. 한 커뮤니티의 네티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하와이 지역에서 구매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원숭이가 바나나를 좋아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원숭이가 인간과 유사하게 바나나를 까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 하다. 실제로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주면 아주 잘 까먹는다. 특히 원숭이는 인간들과는 달리 꼭지 반대편의 까만 부분을 과자봉지 열 듯 벌려서 까지만.. 바나나가 많이 나는 인도에서는 코끼리도 잘 먹는다. 다만 코끼리는 초식동물이라 껍질까지 통째로 먹는다. 그리고 열매가 없으면 잎과 줄기까지 통째로... 세계적으로 가격이 싸고 흔한 과일에 속하고, 물갈이를 할 때 도움이 된다.

플랜테이션 농업의 상징

바나나는 전형적으로 플랜테이션 농업을 통해서 현재의 위치가 형성된 과일이다.

원래 잘 무르고 벌레가 쉽게 꼬이고 빨리 상하는 바나나는 장거리 유통에 적합한 과일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바나나 산업의 결정적 변화가 시작된 계기가 바로 19세기 말엽에 연이어서 터진 미국-멕시코 전쟁과 미국-스페인 전쟁이다. 미국 내에서도 부도덕한 전쟁이라고 죽도록 까인 이 두 전쟁을 통해서 미국은 라틴아메리카를 완전히 장악한다. 사실상의 제국주의 식민지 경영.

이런 상황에서 뉴욕 출신 청년 사업가 마이너 키스가 1898년 코스타리카의 철도 부설권을 따냈는데, 이 사람이 뭔가에 꽂혔는지 바나나에 주목하게 되었고 당연히 바나나의 독점 수출권도 획득. 그래서 키스는 철도를 부설하는 한편으로 주위의 열대우림을 밀어버리고 바나나 플렌테이션 농장을 늘려나갔다. 플랜테이션 농장이라는 생산과 철도라는 운송을 모두 장악한 키스의 바나나 사업은 10년만에 3개의 거대 기업을 거느린 거대 과일 메이저로 성장하게 하였다. 이 과일 메이저가 바로 유나이티드 푸르트(UFCO)이다. 이후 키스는 바나나 생산 최적지로 과테말라를 찍었고, 과테말라의 독재자 마누엘 에스트라다 카브레라와 한통속이 되면서 과테말라의 철도부설권, 전신부설권 등을 획득하였으며, 나중에는 99년간의 면세권까지 획득한다. 과테말라에서 자국 내 UFCO 소유의 철도나 통신을 사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것은 당연한 수순. 이런 특권에 힘입어 1940년대에 과테말라 소유 토지의 70%가 인구의 2.2%에게, 그리고 전체 인구의 90%가 전체 토지의 10%만 차지하는 상황이 등장한다. 1951년에 하코보 아르벤스(Jacobo Árbenz)를 대통령으로 하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토지개혁을 (그것도 토지의 무상몰수가 아니라 유상매입 방식으로!) 시도했지만 이 정부는 당시 남미의 반식민지화에 박차를 가하던 미국에 의해 '공산주의 정부'로 규정당했고 ?! 얼마 안 있어 CIA가 개입한 기획 쿠데타로 인해 붕괴되었다(...). 이 쿠데타는 체 게바라가 미국에 대한 환멸을 느낀 계기가 된 사건으로 유명하며, 이후 과테말라는 30년간의 내전이라는 지옥으로 굴러떨어진다.

이후 1970년대에 UFCO는 앨리 블랙의 AMK와 합병해서 '유나이티드 브랜즈'로 사명을 바꾸었고, 라틴아메리카에 친근함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회사명을 스페인어로 바꾸었다. 그 회사가 바로 전세계 바나나 브랜드 1위인 '치키타 브랜즈 인터네셔널(Chiquita Brands International)', 일명 치키타이다. 2013년 기준 전세계 공급량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모든 행동을 UFCO만 일으킨 것도 아니다. 하와이 주지사 샌포드 돌의 사촌이었던 제임스 돌은 하와이에서 파인애플을 중심으로 하는 과일업체를 창업했는데 이것이 바로 스탠다드 프루트였다. 이 회사는 이후 바나나 독점권을 가진 회사를 합병하면서 하와이 바나나 산업을 독점한다. 이 회사가 지금의 Dole이다. 2013년 기준 전세계 바나나 공급량의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유통되는 바나나의 30%가 돌에서 생산한 것이다.

미국-스페인 전쟁 배상금으로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은 미국의 손에 떨어졌는데, 신생 독립국이었던 필리핀을 전쟁을 통해서 점령한 미국 회사로 필리핀의 플랜테이션 농업을 장악한 회사가 나왔으니 이게 바로 델몬트이다. 전세계 바나나 점유율 15%, 한국 바나나 점유율 27%.

이렇게 형성된 치키타, 돌, 델몬트의 3개 회사가 세계 3대 과일 메이저이다. 

한국 에서의 바나나의 역사

1980년대부터 한국의 제주도 등지에서도 재배해 왔다. 과거 한국에서 비싸고 귀한 과일로 여겨졌는데,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바나나 한 송이가 만원이 넘었다. 그 시절 물가로 치자면 지금의 5~6만 원 정도니 엄청나게 비쌌다. 오락실에서 테트리스 한판에 50원하고, 읍면 단위에서 짜장면이 500원 하던 시절에 바나나 한 개가(한 송이 아니다) 동일한 500원인 때도 있었다. 때문에 60~70년대 출생자 중에는 어린 시절 바나나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는 사람도 많다. 이 때문에 바나나는 선물세트 같은 것에나 들어있는 귀한 것이었다. 바나나 한 송이가 사과 한 궤짝과 비교될 정도.

이렇게 된 이유는 제주도에서 소량재배한 것과 대만, 필리핀 등과 구상무역을 해서 들여온 것, 그리고 군납유출품만 거래되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그랬던 것이 아니라 단지 국내 과일 재배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을 제한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우루과이 라운드로 인하여 1991년 파인애플과 함께 수입자유화가 되자, 가격이 송이 당 몇백 원대로 폭락하면서 손쉽게 사먹을 수 있게 되었다. 1 kg짜리 송이 하나 당 2~3천 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다른 과일과 비교해도 가격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80년대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

그리고 사료용 바나나를 식품용으로 수입한 사건 전후로 바나나에 대한 인식이 결정적으로 바뀌게 된 듯. 국내에서는 실외에서 재배는 불가능하고 제주도에서는 온실에서 소량 재배한다. 한때 제주도에서 온실에서 재배하는 바나나가 팔렸으나, 수입자유화 이후 초토화되었다.

2016년 즈음해선 바나나맛 초코파이, 몽쉘 등이 품귀현상을 겪을 정도로 바나나를 이용한 간식거리가 인기를 얻고 있다. 2014~2015년이 꿀이었다면 2016년은 바나나인 셈. 과자 외에도 바나나 막걸리 등이 바나나 열풍에 승차하는 중이다. 2017년엔 녹차와 멜론이 그 뒤를 이었다.

경의·중앙선 홍대입구역 등 일부 지하철역에는 바나나를 파는 자판기도 있다. 스타벅스에서는 "프리미엄"이라는 말을 붙여서 낱개당 1,500원씩 판매한다.

2017년 대구광역시에서 가정집에서 키우는 바나나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문가에 따르면 파초라고 한다.

2018년 8월 경기도 가평군에서 야생 바나나로 추정되는 식물이 발견되었다..

수입자유화 이후 한국에서 수입하는 바나나는 필리핀산이 90% 이상의 절대적인 비중을 가지고 있었으나, 2010년대 이후에는 에콰도르 등 중남미산 바나나도 조금씩 비중이 커지고 있다.